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정보
방영기간 : 2022.04.09. ~ 2022.05.29. 16부작
최고시청률 : 6.7%(닐슨코리아)
연출 : 김석윤
극본 : 박해영
주요 등장인물
구씨(손석구) : 외지에서 온 의문의 남자
사람 드문 경기 외곽의 마을, 구포에 우연히 오게 된 남자
싱크대를 만들고 달아주는 염씨네 일을 도와주며
삼 남매와도 인연을 맺게 됩니다.
일 하고 나서는 매일 소주를 마시며 먼 허공을 바라보는 일이 다인
이 남자의 정체를 아는 이는 없습니다.
이름도 성만 겨우 알아 '구 씨'라고 불립니다.
염미정(김지원) : 카드회사 계약직 / 염씨네 삼 남매 중 막내
다툼 없이, 갈등 없이 무던한 삶을 살아왔지만
실은 사회에서 맺는 관계들에 진절머리가 나 있는 인물입니다.
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괜찮은 게 아니라
괜찮은 척을 하며 사는 것에 지쳐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
큰 미련을 두지 않는 미정은,
전 남자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면서
신용불량자에 될 위기에 놓입니다.
집으로 날아오는 연체 독촉장을 감추기 위해 의문의 남자
구 씨에게 부탁하게 되면서 그와 소통할 접점을 갖게 됩니다.
염창희(이민기) : 편의점 본사 대리 / 삼 남매 중 둘째
속없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
그렇다고 열심히 살지 않았던 것도 내 분수를 모르는 것도 아닌 인물입니다.
삼 남매 중 나 자신을 가장 알고 객관화할 줄 아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.
염기정(이엘) : 리서치 회사 팀장 / 삼 남매 중 첫째
이 사람 저 사람 재고 따지다가 어느덧 나이가 훌쩍 차버린 기정은
본인의 인생과 사랑에 회의감이 듭니다.
그래서 이젠 정말 아무나 사랑해 보겠다며 다짐하지만
그 누구보다 사랑에 있어서는 순수하고 진심을 다하는 인물입니다.
당신의 해방을 응원합니다
나를 추앙해요 라는 명대사로 전국의 추앙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,
나의 해방일지는 '나의 아저씨'를 쓴 박해영 작가의 차기작입니다.
단순한 남녀의 로맨스를 넘어서
우리네 사는 이야기, 그중에서도
사람과의 관계를 맺으며 쌓인 피로감과 힘듦을
담백하면서도 심리를 꿰뚫는 대사들로 꽉 채운 드라마입니다.
덤덤하게 던지는 대사 하나도
허투루 만들어진 것 없이 느껴지는,
그래서 명대사 맛집 드라마 이기도 합니다.
사회를 살아가면서 내가 원하고 필요해서 맺게 되는 관계보다
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.
사는 게 힘든 이유의 절반 이상은 그런 관계로부터 오는
스트레스라 해도 과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.
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또 그런 힘듦은
내게 안정을 주는 '사람들과의 관계'를 통해 치유받기도 합니다.
나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주는 사람을 통해서
나 스스로가 쳐놓은 틀을 조금씩 깨뜨리게 만드는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.
그 힘과 용기를 통해 변화의 동력을 갖는 것 그 자체가
이 드라마가 말하는 '해방'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.
명대사
#염기정
난 조선시대가 맞았어.
오늘부터 이 사람이 네 짝이다 그럼 '예, 열렬히 사랑하겠습니다' 그러고
그냥 살아도 잘 살았을 것 같아
사람 고르고 선택하는 이 시대가 난 더 버거워.
왜 아무나 사랑 못해?
여태 가리고 가려서 이 모양 이 꼴이니?
고르고 고르다가 똥 고른다고, 똥도 못 골라보고.
아무나 사랑해도 돼.
아무나 사랑할 거야.
저는 관심이 가는 순간 바로 사랑이 돼요,
단계라는 게 없어요
아니, 남들은 관심이 가다가 진짜로 좋아하게 되는 거 같은데,
전 조금이 없어요
서서히 가 없이 처음부터 그냥 막 많이 좋아요.
#염창희
뭐 아버지는 인생을 계획한 대로 사셨습니까?
속 터지는 딸에, 말 징그럽게 안 듣는 아들에
자식 셋 낳고 농사짓고 공장 돌리고 투잡 뛰면서
자가용 한번 못 몰아보고
한 여름 에어컨도 안 나오는 공장에서 푹푹 쪄가면서
뭐 그렇게 살기로 계획하고 여기까지 오셨어요?
그러셨어요? 말씀해 보세요!
어머니,
저희를 낳고 2-3년 짧은 희열과 환희를 느끼시고
그 뒤로는 쌍욕을 달고 사시고
그런 인생을 저희에게 물려주고 싶으십니까
그렇다면 인간이 계속해서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
80까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
오늘 김치찌개 먹은 사람한테
내일도 김치찌개 먹으면 안 되냐는 말은
선배를 위해서 줄 서 달라는 거잖아요
직장인들 하루 한 끼 맛있는 거 먹는 낙이 그게 전부인데
제가 왜 그 낙을 선배를 위해서 포기해야 해요?
우리가 그런 사이예요?
그럼 선배가 내일 저 위해서 줄 좀 서주세요
저 내일 평양냉면이 먹고 싶을 거 같은데, 그 약산냉면집.
줄 좀 서 주실래요?
선배는 절대 안 할 일을 왜 남들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해달라고 하세요!
처음에는 나도 무지 기어, 기어야지 뭐.
나 별거 없는 놈인 거 안다, 근데 나 만나면 재미는 있다, 심심하지는 않다
그렇게 어르고 달래도 안되면 뭐 그럼 별 수 있어?
끝내자는데 끝내는 수밖에..
그럼 그때부터 죽어라 싸우는 거야.
내가 영화를 혼자 봐서 헤어진 걸로 만들고,
걔가 새벽에 딴 놈이랑 톡 해서 헤어진 걸로 만들어야 돼
절대로 내가 별 볼일 없는 인간인 거, 그게 들통나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.
나도 알아. 걔가 쥘 수 있는 패 중에 내가 최고의 패는 아니라는 거..
더 좋은 패가 있겠다 싶겠지, 나도 알아.
끌어야 되는 유모차 있고,
보내야 되는 유치원 있는 그런 여자라는 건데,
뭐 적어도 내가 괜찮다 생각하는 여자는 그 정도 욕심은 내도 되는 여자인 건데,
근데 난 그걸 해줄 수 없는 남자란 거.
형 나랑 둘이 있자
내가 있어줄게..
나 이거 팔자 같다.
우리 할아버지, 할머니, 엄마 다 내가 보내드렸잖아.
내 나이에 임종 한 번도 못 본 애들도 많은데
근데 내가 나은 것 같아,
보내드릴 때마다 여기 내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거든..
귀신같이 발길이 또 이래.
형, 내가 3명 보내봐서 아는데 갈 때 엄청 편해진다.
얼굴들이 그래..
그러니까 형, 겁먹지 말고 편하게 가.
가볍게.
제가 뭐 그렇게 썩 잘 나진 않았지만요,
그래도 저 밖에서 욕먹고 다니진 않아요
일하다 보면 인간 아니다 싶은 애들 많은데,
저 밖에 나가서 아버지 누구냐는 소리 들어본 소리 한 번도 없어요
며칠 전에 회사에서 나온 거라고 집에 갖고 들어왔던 거
그것도 저 그만둔다니까 점주들이 준 거예요
제 결혼식에 꼭 오겠다고 축의금 50만 원 예약한 사람도 있어요
뭐 그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다 괜찮았냐, 아니요.
저 정말 힘들었어요.
아버지는 하루종일 한마디도 안 하고 기계랑만 일해서
사람이랑 일하는 게 그게 어떤 건지 몰라요
근데 그래도 얼굴 붉히지 않고, 험한 꼴 안 보고,
선물 받고 나왔잖아요 그럼 된 거잖아요.
제가 뭐 영원히 논다는 거 아니잖아요.
그냥 그동안 수고했다 좀 쉬어라 그래주시면 안 돼요?
#박상민 (전략기획실 부장/염미정 同 직장)
내성적인 사람은 그냥 내성적일 수 있게
편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되나?
밥 먹는 시간까지 사람 부담스럽게...
내가 회사 전 직원 다 알아야 돼?
다른 부서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서 뭐 하려고?
내 부서 인간들이랑도 힘든 판에.
이상하게 마주 보고 앉는 게 불편하더라고..
사람을 정면으로 대하는 게 뭔가 전투적인 느낌이야
공백 없이 말해야 된다는 것도 그렇고...
어딜 가나 속 터지는 인간들은 있을 거고,
그 인간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고,
그럼 내가 바뀌어야 되는데 나의 이 분노를 놓고 싶지 않아
내 분노는 너무 정당해
이 분노를 매번 꾹 눌러야 되는 게 고역이야.
#염미정
지쳤어요.
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, 그냥 지쳤어요
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,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.
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,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...
할 일 줘요? 술 말고 할 일 줘요?
날 추앙해요.
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.
혹시 내가 추앙해 줄까요?
그쪽도 채워진 적이 없는 것 같아서..
필요하면 말해요.
우리 진짜로 하는 건 어때요? 해방클럽.
전 해방이 하고 싶어요, 해방되고 싶어요.
어디에 갇혔는지는 모르겠는데, 꼭 갇힌 것 같아요.
속 시원한 게 하나도 없어요
갑갑하고, 답답하고, 뚫고 나갔으면 좋겠어요..
사람들은 천둥 번개가 치면 무서워하는데,
전 이상하게 차분해져요.
드디어 세상이 끝나는구나, 바라던 바다.
갇힌 것 같은데 어디를 어떻게 뚫어야 될지 모르겠어서
그냥 다 같이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아요
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.
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.
어쩔 땐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
망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정직한 사람들 아닐까 그래요.
생각해 보니까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고요.
내가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
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 불편한 구석이 있어요.
실망스러웠던 것도 있고, 미운 것도 있고,
질투하는 것도 있고, 조금씩 다 앙금이 있어요.
사람들하고 수더분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
실제로는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.
혹시 그게 내가 점점 조용히 지쳐가는 이유 아닐까,
늘 혼자라는 느낌에 시달리고 버려지는 느낌에 시달리는 이유 아닐까..
한 번 만들어 보려고요, 그런 사람.
상대방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에
나도 덩달아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고,
그냥 쭉 좋아해 보려고요
방향 없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..
이젠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요.
자꾸 답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,
두고 봐라, 나도 이제 톡 안 한다 그런 보복은 안 해요.
남자랑 사귀면서 조용한 응징과 보복 얼마나 많이 했게요.
당신의 애정도를 재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아요,
그냥 추앙만 하면 되니까.
화내서 한 번도 기분이 나아진 적이 없어.
화를 안 내고 넘어가면 이삼일이면 가라앉을 거
화내고 나면 열흘은 넘게 가.
당신은 내 머릿속의 성역이야, 결심했으니까 당신은 건들지 않기로.
잘 돼서 날아갈 것 같으면 기쁘게 날려 보내 줄 거고,
바닥을 긴다고 해도 쪽팔려하지 않을 거고...
인간 대 인간으로 응원만 할 거라고
당신이 미워질 것 같으면 얼른 속으로 빌었어
감기 한 번 걸리지 않기를, 숙취로 고생하는 일이 하루도 없기를...
#구 씨
넌 상황을 자꾸 크게 만들어
불행은 잘게 잘게 부숴서 맞아야 되는데
자꾸 막아서 크게 만들어
난 네가 막을 때마다 두려워.
막았다.. 얼마나 더 큰 게 올까?
본능이 살아있는 여자는 무서워 너.
무서워..
돈 안 갚으려고 핸드폰 번호 바꾸고 잠수 탄 X이
사람들 앞에서 쪽팔린 건 억울했냐?
그럼 내가 너한테 곱게 찾아가서
저 돈 좀 주세요 그랬어야 됐어?
왜 너는 끝까지 예의 없었으면서
나는 너한테 끝까지 예의 지켜야 되는데.. 왜!
이것만은 알아둬라
나 너 진짜 좋아했다
나중에 나도 내가 어떻게 망가져 있을지 나도 모르겠는데.
아무리 봐도 서울역에 있을 것 같은데,
넌 그전에 확 끝낼 수 있으면 땡큐인데,
나 너 진짜 좋아했다.
#구 씨 & 염미정
구 씨
왜 자기가 받아야 될 돈인데
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주눅 드나 몰라.. 받아줘?
미정
한때 알았던 사람하고 끝장 보는 거 못 하는 사람은 못 해요.
돈 못 받는 것보다 자기 자신까지 밑바닥으로 내던져가면서
험한 꼴 보는 게 더 힘들어요.
구 씨
미안하다, 술꾼 주제에..
각자 꼴리는 대로 사는 거지 뭐
나도 개선의 의지가 없고, 너도 개선의 의지가 없고..
구 씨
확실해?
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 되어 있는 거?
미정
확실해.
구 씨
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?
미정
응원하는 거.
넌 뭐든 할 수 있다, 뭐든 된다
응원하는 거.
구 씨
싫을 때는 눈앞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싫어
말을 걸면 더 싫고..
쓸데없는 말을 들어줘야 하고
나도 쓸데없는 말을 해 내야 되고
생각하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야
미정
나도 그런데..
하루 24시간 중에 괜찮은 시간은 한두 시간 되나?
나머지는 다 견디는 시간.
하는 일 없이 지쳐
그래도 소몰이하듯이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.
구 씨
너 내가 어떤 인간인 줄 알면 깜짝 놀란다
나 진짜 무서운 놈이거든
옆구리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안 해
근데, 넌 날 쫄게 해
네가 눈앞에 보이면 긴장해
그래서 병신 같아서 짜증 나, 짜증 나는데 자꾸 기다려. 응?
알아라 좀.
염미정, 너 자신을 알라고.
미정
더 해보시지? 좋은데?
미정
이름이 뭐예요?
구 씨
구자경이라고 합니다.